[국민일보_김창준 칼럼] "트럼프 대통령에 대비하라"
나는 지난 10월 초 서울에서 '트럼프 대통령에 대비하라'는 제목의 책을 출간했다. 이 책을 낼 당시만 해도 한국의 모든 언론매체들은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의 당선을 기정사실화하고 있었다. 그러면서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당선되면 한국의 안보와 경제가 엉망이 될 것이라고 야단들이었다. 당연히 이 책은 출간 당시 외면을 당했다. 하지만 모두의 예상을 깨고 트럼프가 당선되자 베스트셀러가 됐고, 현재까지 많은 독자들이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지난 11월 8일 선거 전날까지도 CNN 같은 매체는 민심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힐러리의 승리를 100% 확신했다. 민심은 과학이 아니다. 4년 전 선거 결과를 놓고 분석하는 통계학도 아니다. 민심의 변화는 오직 경험과 감각(perception)이다. 그래서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Brexit)도 예측이 어긋났고, 여론조사를 믿고 자신만만했던 영국의 총리는 자기가 한 말에 책임을 지고 사퇴해야 했다. 브렉시트 현상은 이번 미국 대통령 선거에도 그대로 반영됐다.
미국에서 한때 굳이 대학을 갈 필요가 없이 일이 끝나면 귀가해 가족들과 이웃들이 함께 바베큐를 즐기며 야구를 즐긴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전통적인 미국 시장에 싸구려 외국 제품들이 물밀듯이 들어오면서 미국인들의 삶의 질은 크게 저하됐고, 그러다 보니 전통적으로 이들을 지켜주며 보호해 주었던 민주당의 정책에 크게 실망하게 됐다. 이런 가운데 8년 전 백인들이 앞장서서 최초의 흑인 대통령을 선출했지만, 일부 엘리트 흑인들의 삶은 향상됐는지 몰라도 흑인 대통령을 통한 변화를 추구했던 백인들의 삶은 나아지지 않았다.
지난해 혜성같이 나타난 트럼프는 "미국의 영화를 되찾자"며 값싼 인건비를 찾아 해외로 떠나간 미 제조업체들이 완성된 제품을 다시 미국에 들여올 때는 45%의 보복 수입세를 부과하고, 한편으론 다시 미국으로 돌아오면 법인세를 35%에서 15%를 줄여주겠다며 채찍과 당근을 동시에 내놓았다. 트럼프는 미 제조업체들이 다시 미국으로 돌아올 수 있게 만들어 일자리를 늘리고, 이들의 삶의 가치를 향상시킬 것을 약속했다. 미국인들은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를 반대하고, 자유무역협정(FTA)를 재검토하자며 무더기로 12개 태평양 주변국가들을 끼고 만든 FTA, TPP를 적극 반대하는 트럼프를 지지할 수밖에 없었다.
특히 소외된 이들을 위해 우선 1조 달러 예산을 책정해 낙후된 인프라(철도.다리.댐.도로)를 새로 건설하겠다며 기업들의 법인세를 35%에서 15%로 인하하겠다고 공약했고, 비용이 엄청 드는 '오바마케어' 폐지를 주장했다. 아울러 쓸데없이 낭비만 하는 정부의 규제를 없애고, 키스톤(keystone) 송유관 건설을 허용하며, 돈만 낭비하는 파리기후변화협약을 무효화하겠다고 발표했고, 전 국민의 세금을 낮춰 소득세율을 간소화하여 세율을 39.6%에서 33%로 인하하고, 상속세도 폐지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처럼 여러 가지 고용정책과 경제활성화 정책을 내놓았는데 며칠 전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자넷 옐렌 의장은 트럼프의 경기활성화 정책에 찬물을 끼얹는 0.25% 이자율 인상을 발표했다. 트럼프가 화를 내며 내년 초 취임하자 마자 옐렌을 파면하겠다고 막말을 했지만 그렇다고 옐렌의 의견이 바뀌진 않을 것이다. 결국 앞으로 2~3주 안에 이자가 0.25% 올라갈 것이 분명해 보인다.
한국에도 이자율.채권금리.부동산금리가 올라 국민들의 가계부채가 심화될 것이고 한국경제에 당분간 타격이 올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우리는 세계 6번째 외환보유고를 갖고 있는 나라이고 신용등급도 세계 6번째 AA로 상향된 상태다. 그러니 당장은 불투명한 경기 전망에도 불구하고 한국은 결국 무난히 난관을 극복할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