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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_김창준 칼럼] 빈곤층으로 전락한 한국의 노인층

(김창준 칼럼) 빈곤층으로 전락한 한국의 노인층


 

 


(김창준의 한국정치 미국정치)

미국 워싱턴포스트는 지난달 21일자에서 대한민국 노인들의 비참한 실태를 자세히 보도했다. 기사와 함께 실린 반 페이지 크기의 대형 사진엔 허름한 포장마차에 노인들이 둘러앉아 소주병과 안주 몇 접시를 앞에 놓고 담소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사진 밑에는 “몇 백 년 내려온 전통적인 우리의 가족관계는 이제 다 무너졌으니 이제는 조용히 혼자 죽을 수밖에 없다”는 이들의 한숨 섞인 말을 소개했다.

한국이 어쩌다 이렇게 변했나. 동방예의지국이란 말은 사라진 지 오래고, 노인이 용돈 안 준다고 자식한테 얻어 맞는 경우마저 종종 있다고 한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 날카로워진 한국의 젊은이들에겐 늙은 부모를 모셔야 한다는 마음의 여유가 생길 수가 없는 모양이다. 심지어 법정에서 젊은 판사까지 “늙으면 죽어야지”란 막말을 퍼붓는다.

과연 이 노인들이 누구인가. 바로 오늘의 한국을 이처럼 잘 살게 만든 장본인들이다. 독일의 탄광, 중동의 사막바람을 마다하지 않고, 또 건설업에 목숨을 걸었던 영웅들이다. 그 당시 한국은 너무 가난해 필리핀을 부러워했고, 북한이 우리보다 더 잘 살아 수 천 명의 재일교포들이 북한으로 향했었다.

이들은 피땀을 흘려 돈을 벌면서도 자식들만은 고생을 시키지 않기 위해 자식 교육에 모든 열정을 쏟아부었다. 하지만 부모 세대는 자식들 뒷바라지 하느라 스스로의 노후대책을 준비하지 못한채 늙어버렸다. 몸을 가누기 어렵게 되자 자식들이 가끔 들려 용돈이라도 몇푼 집어줄 것으로 기대했지만 용돈은 커녕 전화를 해도 귀찮아 하고 나중엔 아예 전화를 받지 않는 사례도 있다.

오늘의 한국을 경제대국으로 만들어 놓은 영웅이라고 믿기엔 이들의 모습이 너무도 처량하다. 정부가 책임을 져야 한다는 여론조사 결과도 있다. 내 부모를 정부가 책임지라는 건 결국 다른 사람들의 세금으로 내 부모를 모시라는 뜻이다.

정부에서 연금을 받는 노인은 전체의 3분의1 정도에 불과하다. 자식들이 있는 노인들은 연금 수급 대상이 안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자식이 많아도 누구도 부모를 돌보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 자식들의 무관심과 정부의 충분치 못한 노인복지 예산 때문에 노인들의 자살률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에 제일 높은 것이 오늘날 한국의 현실이다.

워싱턴포스트 기사에서 82세의 이병선이란 노인은 정문에 ‘X’ 표시가 된,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 같은 낡은 집에 네 식구가 함께 살면서 구호단체들이 제공한 전기담요에 의존해 겨울을 나고 있다고 말한다. 그는 “재향군인회에서 보내주는 연금과 정부의 보조금을 합쳐 한 달에 약 300달러로는 부족해서 궂은 일을 닥치는대로 한다”고 했다.

자식이 있어도 부모를 도울 능력이 없다는 증명서를 제출하면 정부의 보조금을 받을 수 있는데 많은 이들은 자식을 잘못 키운 죄책감과 자존심 때문에 신청을 거부한다고 한다.

워싱턴포스트는 “한국에서 수레를 끌면서 쓰레기통을 뒤지고 폐상자나 병들을 주워 고물상에 넘겨 몇 푼 받는 노인들을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다”며 “경제기적을 이뤘다는 한국의 어두운 면을 그대로 노출시킨 비참한 모습”이라고 전했다.

이병선 노인은 “60년 전 한국이 찢어지게 가난했을 때 하루 세 끼를 어떻게 때우느냐가 걱정이었는데 이제 82세가 된 지금 다시 하루 세 끼를 걱정해야 한다”며 “하지만 자식을 위해 모든 걸 희생한 걸 조금도 후회하지 않는다”고 힘 없이 말했다. (끝)


/김창준전 미국연방하원의원. 한국경제신문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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