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미국선 의원들이 결정 … 상향식 당론, 강제성 없고 주로 지역이해가 우선
입력 2014.10.13 02:27 / 수정 2014.10.13 03:43
당론 늪에서 정치 구하자 ①
국 의회에도 당론이 있을까. 정답은 “있다”다. 그러나 한국의 당론과 미국의 당론은 다르다는 게 전문가들의 얘기다.
서강대 이현우(정치학) 교수는 “미국은 일괄투표를 강요하는 우리 식 당론이 존재하지 않는다”며 “권고적 당론이랄 수 있는 가이드라인 정도”라고 설명했다. 강제성이 없으니 당론을 따르지 않았다고 해서 출당하거나 당원권을 정지시키는 등의 제재는 없다. 이 교수는 “여야가 맞부딪쳤을 때 힘을 과시하기 위해 소속 의원들의 자유의사를 무시하는 우리완 전혀 경우가 다르다”며 “우리 국회에선 16대 국회부터 기명투표제도가 도입돼 권고적 당론이라도 당론을 거부하기가 더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당론을 정하는 절차도 한국과 다르다. 미 공화당의 경우 연방 하원은 매주 한 차례 비공개 의원총회를 연다. 주로 화요일이나 수요일에 열리는 의원총회에선 주말 동안 의원들이 지역구에서 접한 민심이 주로 논의된다. 같은 문제의식을 공유하는 의원이 많을 경우 당론 채택 여부를 논의한다. 상향식 당론인 셈이다. 1992년부터 6년간 연방 하원의원(3선)을 지낸 김창준 미래한미재단 이사장은 이렇게 전했다. “당시 캘리포니아에선 멕시코인 등의 불법이민 관련 민원이 많았다. 의원 중 일부가 이 문제를 제기하자, 다른 지역은 어떤지 묻더라. 비슷한 문제를 지적한 이들이 30여 명 되자 불법이민에 대해 엄정 대처하는 것을 당론으로 정할지 여부를 따졌다. 반대하는 이들이 없었고, 당론으로 채택한 직후 당의 싱크탱크인 헤리티지재단에 자료 조사 등을 의뢰하더라.”
당론이 정해져도 반드시 따라야 하는 건 아니다. 경희대 서정건(정치학) 교수는 “미국에선 당락이 아슬아슬한, 소위 스윙스테이트 지역일수록 당론을 거부하는 경향이 있다”며 “지나치게 한쪽 입장을 내세울 경우 중도파 지지를 잃을뿐더러 지역 이해와 의원의 소신을 지키는 게 재선의 밑거름이란 인식 때문”이라고 말했다. 미국에서도 이슈에 따라 정당별 입장이 갈리는 경우가 있다. 기후변화 협약이나 오바마케어(건강보험개혁법) 등이 대표적이다. 중앙대 손병권(정치학) 교수는 “이런 경우라도 당 지도부가 분위기를 몰아가는 게 아니라 각 정당에 모인 의원들의 소신과 일치했기 때문에 당론이 된다”고 설명했다.
특별취재팀=권호·유성운·허진·정종문 기자 <gnomon@joongang.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