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G
홈으로 소식 언론보도

[미주중앙일보][김창준 칼럼]보수.진보가 바라보는 범죄

한국에서 범죄율이 계속 증가하고 있다. 범죄 유형도 갈수록 다양해지고 있다. 미국과 같은 총기 난사 사건은 없지만 대신 총기 없는 끔찍한 범죄가 거의 매일 언론에 보도된다. 발암물질이 함유된 음식을 속여 파는 파렴치한 범죄를 비롯해 노인들이 피땀 흘려 번 재산을 몽땅 사기치는 사례 골목에서 여자를 성추행하고 돈도 뺏는 범죄를 매일 접하고 있자니 마음이 편치 않다. 

문제는 처벌이 약하다. 대표적인 예로 2010년 1월 대주그룹 허재호 전 회장은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4년과 벌금 254억 원을 선고 받았다. 재판부는 벌금을 납부하지 않는 대신 하루 일당 5억원의 노역을 선고했다. 지난 달 귀국해 그날 밤부터 광주교도소에 있었다. 토요일과 일요일은 노역을 하지 않아 벌금 10억원도 탕감 받은 셈이다. 

변호사협회는 "하루 5억 황제노역 대주그룹 허재호 전 회장 사건에 통탄한다"라는 성명을 통해 "서민들이 벌금을 내지 않으면 노역장에 유치돼 하루 5만원에서 10만원씩 공제받는 것에 비해 1만 배나 차이가 난다"며 "이와 같이 심한 불균형은 헌법상 평등의 원칙에 위반된다"고 비판했다. 

미국은 공화당(보수)과 민주당(진보)의 범죄에 대한 인식이 사뭇 다르다. 가령 범죄를 줄이는 방안에 대해 민주당은 범죄 예방 공화당은 범죄 처벌을 강조한다. 민주당은 범죄 없는 사회를 만들려면 빈부의 차이를 줄여야 한다고 믿는다. 가난한 환경에서 자란 아이들은 양극화된 교육시스템 때문에 교육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부모도 가난해서 상속받은 재산도 없어 결국 주위의 유혹에 말려들 가능성이 크다. 

그러다 보면 범죄의 유혹에 쉽게 빠져 감옥을 들락날락하는 신세로 추락될 확률이 높다. 재활을 통해 이들을 다시 사회의 건전한 구성원으로 복귀시키는 것은 바로 정부의 책임이고 때문에 정부는 범죄의 근본을 연구하고 범죄 예방에 치중해야지 범죄를 저지른 이후에 죗값을 치르도록 감옥에 보내는 것은 생산적이지 못하다는 게 진보 측의 주장이다. 

범죄는 20달러짜리 값싼 중국제 총을 쉽게 뒷골목에서 살 수 있게 허용해 놓은 사회의 책임이 크며 사람 목숨을 파리 목숨처럼 여기는 폭력영화를 근절시키지 못하고 책임 있는 사회를 만들지 못한 정부에 책임이 있다고 믿는다. 때문에 더 강력하고 더 큰 정부를 원한다.

반면 보수인 공화당은 범죄에 대해 사회를 탓하는 건 무책임한 행동이며 범죄를 저질렀으면 반드시 그에 대한 대가를 치러야 질서 있고 정의로운 사회를 유지할 수 있다고 믿는다. 이런 맥락에서 공화당은 현재 수천 개나 되는 미국 내 범죄 예방 프로그램에 어마어마한 정부 예산을 퍼붓는 민주당 정책을 비난한다. 범죄에 대한 강력한 응징(Tough on Crime)정책을 채택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희생자의 권리를 강조하는 공화당 입장에서 본다면 범죄에 희생당한 피해자 가족들의 슬픔에 대해 언론들조차 관심을 보이지 않다가 다른 더 끔찍한 범죄가 발생하면 모두 그리로 몰려드니 결국 희생자 가족의 슬픔은 영영 알려지지 않는 게 현실이다. 

희생자의 권리(Victim's Right)를 더 중요시 하는 보수는 범죄로 인해 산산 조각난 희생자 가족들의 권리를 더 중요시한다. 때문에 공화당은 희생자 가족들이 가해자로부터 재정적인 보상을 직접 받을 수 있도록 정부가 집행유예 기간을 맞춰 가해자가 감옥에서 벌어 희생자 가족들에게 갚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국은 범죄 처벌이 마치 아무런 원칙 없이 판사의 재량으로 정해지는 것 같은 인상을 준다. 미국처럼 유.무죄 판결은 배심원이 결정하고 형의 선고는 연방정부의 형량지침을 따르도록 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솜방망이 처벌은 점점 더 많은 범죄를 유발하는 역효과만 낼 뿐이다. 특히 법 앞에서는 누구나 평등해야 하는데 한국에서는 어째서 가진 자와 없는 자에 대한 처벌에 큰 차이가 있는 건지 이해하기 어렵다.

김창준

전 연방하원의원

목록